문제는 의사 기득권이 아니라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인터넷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활동하던 때였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의사는 그 어떠한 직역보다도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었다. 그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과도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딱히 틀렸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을 하였는데, 이 발언으로 그때 의사 분들로부터 이런저런 항의를 받았던 게 기억난다. SNS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하시는 분도 계셨고 메시지, 쪽지, 메일 등으로 항의글을 보내시는 분도 계셨다.

물론 의사를 공공재라 한다면 그 표현 자체는 개념적으로 잘못된 발언이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강조와, 의사들을 공공재라 말하는 건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라는 건 경제학적인 의미에서 비(非)경합성비(非)배제성을 그 속성으로 하는 재화를 의미한다. 다른 일반적인 재화들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사람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배제적이고, 한 사람이 일정한 물량을 사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물량이 줄어든다는 의미에서 경합적이다. 공공재란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사용하는 걸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많은 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경합적이고 비배제적이다. 개념적으로 볼 때 의료 서비스가 공공재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좋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공공재라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 집단들이 공공재라는 표현에 반발하는 이유가 단순히 개념의 오남용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의사 집단이 공공재 발언에 분노하는 포인트는 한국에서의 의료 서비스의 제공방식 때문이다. 국내의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은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민간의료기관"들이 제공하고 있다. 영리활동을 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들한테 공공재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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