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한 사극, 20년 세월이 무색하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3/10
한국 최고의 사극은 무엇일까. 취향과 선호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대개는 몇 작품으로 수렴될 테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으로는 <용의 눈물><태조 왕건><불멸의 이순신>을 꼽을 수 있다(제작연도 순).
 
그중에서도 <태조 왕건>은 KBS 대하 사극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라 평가된다. 21세기의 시작을 기리며 2000년부터 2002년까지 2년에 걸친 200부작 대서사시를 이뤘다. 주말 저녁 황금시간대를 2년 동안 내어줄 만큼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이 평균 40%, 최고 60.5%로 한국 드라마사상 역대 5위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 드라마의 특별함은 그저 성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극 명가라는 호칭이 무색하게 <불멸의 이순신> 이후 지리멸렬했던 KBS가 <고려거란전쟁>을 내놓고 마주하는 비판을 이 작품은 그야말로 정면에서 뚫어냈다. 말하자면 역사를 변주해 오늘의 대중과 만나는 사극의 고유한 권리를 역사왜곡이란 이름으로 비판하는 굳은 시선을 이 작품은 그대로 돌파해냈다.
 
▲ 드라마 <태조 왕건> 포스터 ⓒ KBS
 
깨지지 않는 기록... 60.5% 시청률 찍은 대하사극

제목에서 보여주듯 <태조 왕건>은 한반도 최초 통일국가인 신라의 마지막, 즉 후삼국 시대를 다룬다. 외세의 힘을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하고 300년간 통일을 이뤄온 신라지만 9세기 말에 이르러 국운은 급격히 고꾸라지고 있었다. 서라벌에선 진골 귀족의 권력다툼이 잇따랐고, 구시대적 제도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골품제 최상단에 위치한 귀족들에 의해 좌절됐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6두품 지식인은 나라를 떠나거나 지방 향리로 살기를 선택하기 일쑤였다.

무너져 문란해진 질서는 백성들을 괴롭게 했다. 민심은 신라를 떠나갔고 새 시대를 열망했다. 살기 힘들어진 백성들이 도처에서 난을 일으켰고 지방 호족들은 눈치를 보며 중앙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 지방에서 장군이며 국왕을 참칭하며 세력을 일으킨 이들이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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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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