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을 모욕하는 '진보'들에게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6/11
80년대 대학에 들어왔던 신입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운동권 논리를 받아들이고, 데모를 하지 않더라도 심정적 지지자가 돼 박수를 치고 87년 6월처럼 거센 파도가 돼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이유 중 하나로 나는 '진실'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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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껏 배워왔던 역사와 사실이 타당한 근거에 의해 뒤집히고, 책과 비디오 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함을 직접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분노를 키워왔던 것이다. 해방 이후 제주도가 왜 피바다가 됐는지부터 광주항쟁의 내막은 무엇이며, 전두환은 왜 천하의 찢어죽일 놈인가까지 '또 하나의 조국' 북한에 대한 의문부터 남한의 현실까지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다양하고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가 제시됐다. 지금은 우습거나 틀릴 수 있다 해도 군부독재가 엄연하던 시절,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국정교과서만 믿어야 했던 이들에게 그 힘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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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즉 요즘의 ‘진보’에 해당하는 세력은 '진실'에 자신이 있었다. 정부에서 그럴리 없다고 펄쩍 뛴 일은 사실상 벌어진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말에서 대여섯명이 매달려 한 사람을 물고문하다가 죽여 버린 진실이 불거졌을 때 사람들은 분노했다. 설마 설마 했더니 시위하는 사람들 몸에 대검을 푹푹 찔러 넣었고 머리부터 박살내 죽였다는 사실에 화를 냈다. 어느 대학 앞에서 오래 식당을 운영했다는 한 할머니의 외마디 푸념을 나는 선명히 기억한다. "지나고 보니 학생들 말이 다 맞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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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 진실의 힘. 우리 입막지 말고 토론이라도 해 보자 자신에 넘쳤던 , 아니라면 제대로 부인이라도 해 보라고 목청을 쥐어짰던 ‘진실의 힘’이 1987년 6월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자랑과 긍지를 평생 안고 살아가고 그 시대를 명예롭게 바라보며 그래도 우리 세대는 할 일을 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50대와 60대를 가로지르게 된 오늘. 나는 그 진실의 힘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처절하게 회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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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실’을 추...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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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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