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깜보와 장거리 여행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3/26

2010년 여름이다. 우리 집 3식구와 막내 동생 3식구 그리고 아내의 친구 식구 2식구, 이렇게 8명이 애완견 3마리와 함께 완도까지 여행하기로 했다. 이때는 깜보의 나이가 만으로 3살이라 이미 성견이 되었다. 깜보가 한 때 차멀미로 고생을 했지만, 이 때 쯤이면 거의 극복한 상태이다. 다른 두 마리는 막내 부부가 키우는 15년이나 된 노견이다. 동원한 차량은 2대이다. 실로 대식구가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 남해 저 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내 차에 막내 부부를 태우고 아내 친구의 차에는 딸아이와 아내,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아내 친구의 딸과 깜보가 타고 간다. 여행 코스는 서울에서 출발해서 변산반도의 내소사와 군산에 새로 조성된 새만금을 거쳐 전남 강진으로 간다. 마침 이곳에는 후배 황모 박사가 연대에서 운영하는 다산기념관 관장을 지내고 있어서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완도에서 1박을 한 다음,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고 이곳에서도 하루 밤을 지낸다
   
장거리 여행을 기획했을 때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는 깜보의 차멀미다. 거의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장거리 여행에서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이때 알았던 것이 하나 있다. 깜보가 장거리 이동을 할 때면 먹지를 않고, 먹어도 평소와 다르게 최소량만 먹는다. 깜보 스스로 위를 비워 놓음으로써 차멀미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처음에는 왜 먹지를 않을까 이상하게 받아들였는데, 다 그것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행동 하나만 보더라도 깜보가 확실히 머리가 좋다. 우리는 일단 차를 몰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서 변산 반도까지 내려갔다. 이곳은 예전에도 한 번 와본 적이 있다. 이곳에 있는 오래된 절 내소사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내소사를 방문할 팀은 방문하게 하고 나는 그곳에서 깜보랑 쉬었다. 여기까지 내려오는 동안 깜보는 전혀 이상이 없었고, 막내 동생이 키우는 개 두 마리도 특별히 어려워 하지 않았다. 이 두 마리는 모두 나이가 15살이나 되는 노견이다. 이곳에서 식...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83
팔로워 22
팔로잉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