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려올 때면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12/31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아주 어릴 적의 눈에 관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직 포항에 살 때, 어린 내 허리춤까지 눈이 쌓인 적이 있었다. 한 걸음을 떼기 힘들 만큼 잔뜩 내린 눈밭에서 옷이 다 젖도록 뛰어놀았었다. 빨랫거리가 왕창 생겼다며 엄마에게 잔뜩 혼이 났지만, 눈 속에서 노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새로 이사 간 동네에는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을뿐더러, 눈이 오더라도 밟힐 정도로 쌓이는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 이유는 눈이 조금만 쌓일라치면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이 불어 쌓이기 전에 다 날아가거나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바다를 메워 공장을 세운 동네에서 바다를 지척에 두고 살았기에 함박눈이 오면 좋겠다는 내 소원은 그 동네에서만큼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다. 

   집을 떠나 대학교 1학년 때 마주했던 새벽 세 시의 함박눈은 추웠지만 너무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대학생 때까지는 눈이 내리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글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자 한다
261
팔로워 94
팔로잉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