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판과 함께 한 시대상

이상 · 등단 출간 작가입니다.
2023/11/13
점심 시간에 빨리 먹고 쉬고 싶은 어른들이 계시지요. 보통 10분, 빠르면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밥을 꼭꼭 씹어 먹으라는데, 씹기는 커녕 그냥 마셔 버리시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지요.

산업화의 전사들답게 함께 우르르 몰려 가서 8282 먹는 게 미덕이고 몸에 배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8명이 중국집에 가서 주문하면 빨리 나온다고 짜장면 8개요. 군만두 서비스.
하던 시절도 점점 변하고 있지요.

요즘도 이러거나 탕수육이나 깐풍기도 안 시켜주는 곳은 없겠지요? 8명인데 소짜 하나 시켜줘서 한 명이 하나씩 맛만 보면 사주고 욕 먹습니다.

이럴 때만,
소식이 건강에 좋다
는 비겁한 변명은 이제 그만 ㅋ

점심 시간이라도 따로 편하게 먹고 쉬고 싶은데, 밥을 어떻게 혼자 먹냐며 밥 먹으러 같이 가자고 부르시지요. 하루 종일 같이 근무하면서 가족보다 더 얼굴 오래 보는 사이인데 정이 있지 않냐며. 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비슷한 걸 하십니다.
딴에는 챙겨주신다고 그리 말씀을 하시지요.

물론, 반대로 본인을 그렇게 챙기지 않으시면 삐지시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나이 들수록 남성 호르몬은 적어지고, 여성 호르몬이 늘다 보니, 자꾸 눈물이 많아지고, 서운해하고, 말이 많아집니다.

주변에 아줌마 별명을 가진 아저씨들이 늘어나고, 어떤 분은 저녁 회식할 때 지갑에서 비아그라를 보여주실 때, 아직 파이팅이 남아 계시는구나. 남자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 한 말씀 드립니다.

“부장님, 근데 이거 병원 가서 처방 받고 약국에서 탄 겁니까? 아니면 그냥 버리세요. 요즘 뉴스에서 이런 거 불법 제조해서 술집 같은 데서 싼 값이라고 풀고 있다네요. 괜히 하룻밤 즐겨보겠다고 평생을 걸지 마세요. 실명할 수도 있다니, 심봉사 꼴 나기 싫으시면 제 말 들으시길.“

나이가 들면 소화가 잘 안 되니 많이 먹지도 못하시지요. 치맥은 사실 젊은이들의 향유물입니다. 어른들은 그런 거 잘못 먹으면 탈 나지요. 돼지고기도 먹으면 소화 안된다고, 삼겹살 회식에 본인만 소고기 시키시는 분도 간혹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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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마르코 폴로처럼 전 세계를 탐험하는 역사학자를 꿈꾸었습니다. 지금은 일을 하며 여러 나라에 가보고 살았습니다. 해외 여행, 해외 생활, 맛집 여행, 사진, 스포츠, 음악, 영화, 서평까지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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