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감성 16호 2017년 가을호 산다는 건 황인수
2024/04/16
문예감성 16호 2017년 가을호
산다는 건
황인수
계단을 오르는 남자의 발뒤꿈치
양쪽 구두 뒤굽이 하현달로 저물고 있다
발을 바꿀 때마다
남자의 중심이 바깥쪽으로 쏠린다.
내 구두의 뒵굽도 저리 닳았을 텐데.
1년 내내 한 켤레
걷고 뛴 거리가 지구 서너 바퀴는 될 테니까
남자도 나처럼
중심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꿈치에 힘주다 보니
상사의 질책에 휘청거리며
자리를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다 보니
달이 자라고, 달이 저물 듯
초승달로 깎이고 그믐달로 패였겠지
살아반다는 건
중심을 잡는 것,
중심을 잡는다는 건
구두 뒷굽에 그믐달이 뜨는 것.
#문예감성 16호 2017년 가을호
#산다는 건
#황인수
#이윤희 시인 옮김
흔들리는 지하철에...
산다는 건
황인수
계단을 오르는 남자의 발뒤꿈치
양쪽 구두 뒤굽이 하현달로 저물고 있다
발을 바꿀 때마다
남자의 중심이 바깥쪽으로 쏠린다.
내 구두의 뒵굽도 저리 닳았을 텐데.
1년 내내 한 켤레
걷고 뛴 거리가 지구 서너 바퀴는 될 테니까
남자도 나처럼
중심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뒤꿈치에 힘주다 보니
상사의 질책에 휘청거리며
자리를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다 보니
달이 자라고, 달이 저물 듯
초승달로 깎이고 그믐달로 패였겠지
살아반다는 건
중심을 잡는 것,
중심을 잡는다는 건
구두 뒷굽에 그믐달이 뜨는 것.
#문예감성 16호 2017년 가을호
#산다는 건
#황인수
#이윤희 시인 옮김
감사합니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