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람이 치우는 게 맞나요?
2023/05/03
남자 못버린 페미니즘 7화
동대문구에 사는 22세 남성 이모씨는 바쁘다. 대학을 다니면서 동시에 용돈벌이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고, 집에 들어오면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싶다. 이모씨의 어머니도 바쁘다. 이모씨의 어머니는 회사에 다닌다. 이들이 만나는 시간은 짧은 저녁시간 뿐. 주로 밥과 요리는 어머니의 몫이다. 설거지는 다음 날로 미룬다. 빨래는 어머니가 돌리고 다 된 빨래를 너는 것만 이모씨의 몫이다. 하지만 둘 다 피곤하고 바쁜 나머지 빨래는 돌리고 돌려도 화장실 안과 밖에 산처럼 쌓여 있다. 이모씨는 집 화장실에 몇 년간 고치지 않았던 물 새는 수도꼭지를 최근 고쳤다. 이모씨의 어머니는 드디어 수도꼭지를 고쳤다며 좋아한다. 새 수도꼭지 사진을 찍어 몇 달 전 독립한 이모씨의 누나에게 보낸다. 이모씨의 누나는 이모씨가 드디어 어른이 되었다면서 대견해 한다. 이모씨의 누나는 일주일에 한 번 동대문구 집으로 온다. 상담을 받기 위해서인데, 올 때마다 집에 들른다. 부탁하지도 않은 집안일을 해놓기도 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눈치다. 누나는 원래부터 자기가 어지르지 않은 집안 일을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누나는 가끔 엄마가 출근하고 없는 날이면 집에서 집안일을 하다가 비명을 지르곤 했다.
어느 하루는 이모씨가 자체공강을 한 날이었다. 몇 주 만에 온 누나는 점심을 같이 차려먹자며 방에 있는 이모씨를 불렀다. 반찬을 꺼내던 와중 누나는 갑자기 냉장고를 뒤집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 중 오래 묵어서 상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는 이모씨에게 반찬통을 주며 반찬을 버리라고 했다. 이모씨는 뚜껑이 닫힌 반찬통을 받아 그대로 싱크대 안에 두었다. 누나는 한숨을 쉬며, “뚜껑을 열어서 내용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나는 이모씨가 싱크대에 둔 반찬통을 들어 뚜껑을 열고 싱크대 앞 바닥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어 반찬을 버렸다. 그리고 곧 누나는 냉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