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밤의 아이" (<섭식장애인식주간> 가수 바바라 인터뷰)

고은의 위클리인터뷰
고은의 위클리인터뷰 · 공부하는 인터뷰어의 위클리언터뷰
2023/03/21
     2023년 2월 24일부터 3월 2일까지 7일간 한국 최초로 <섭식장애 인식주간>이 열렸다. 그동안 대개 섭식장애는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자들의 문제’로 납작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폭식과 거식, 마른 몸과 뚱뚱한 몸의 이미지로만 소비하기에 섭식장애는 이미 한국에 만연하다. <섭식장애 인식주간>에서는 당사자, 치료자, 연구자의 입장에서 섭식장애를 바라보며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섭식장애로 빠지게 되었을지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있는지, 그럴 때 사람의 마음과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어쩌다가 <섭식장애 인식주간>의 라이브 송출 일을 돕게 되면서 나는 행사의 모든 현장에 참석했다. 그 중 셋째날 저녁은 시인 백은선과 가수 바바라가 <우리의 가능세계>라는 이름으로 시 낭독과 음악 공연을 하는 시간이었다. 시인 백은선과 가수 바바라는 모두 섭식장애의 당사자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노래, 시 낭독을 들으며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눈가를 훔쳤고, 내 뒷자리에 있던 사람은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코를 훌쩍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온라인 송출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행사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안 되지만,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게 친구들의 이야기와 나의 경험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바바라님을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내가 그의 노래를 듣고 울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바바라님은 거의 이삼십 분을 쉬지 않고 자신이 어떻게 섭식장애를 갖게 되었고, 어떻게 만나오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그의 이야기에서 묵직한 무게감과 두툼한 두께가 느껴졌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20~30분은 부족하다고, 아직 들어야 할 이야기가 더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안과 여유, 애환과 위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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