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학이 현실과 멀어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qkrehdgo88)

↳🙋‍♂️장강명의 답변: 

자기 주변 현실을 잘 그리는 한국 소설가들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서 “봐라, 여전히 한국 현실은 한국 소설에 잘 담겨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작가들이 그리는 현실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 그걸 다 합해도 당대 한국 사회의 제대로 된 거울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2020년대 한국 작가들이 포착하는 현실의 범위는 왜 그렇게 좁은가. 우선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휠씬 더 크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작가들의 눈과 손에 잡히는 세계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작아진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 생산 시스템’이라고 해야 할 구조에서 사회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이 나와서 빨리 소비되고 퇴장하는 현상도 있지 않나 합니다.(너무 거친 분석일까요?) 자신이 파악하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 범위를 넓히겠다는 시도에 그다지 상업적으로건 비평적으로건 큰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거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검사, 판사, 의사, 간호사, 버스 기사 등등 여러 직업인들의 에세이가 호응을 얻고 있지요. 이런 에세이들이 ‘문학 전문 소설가’들이 놓친 영역에서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