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친 건가?

기며니
기며니 · 내 글이 돈으로 바뀌어야 먹고 살지.
2023/10/13
2년이나 걸렸어요. 빌런에게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을 하기까지요. 제 이름으로 공금을 쓰고 남편 직장에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고 찾아오는데도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겠거니, 용서하고 넘어가면 부끄러움을 알겠거니 했습니다. 언제까지 버티나 저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빌런은 계속해서 경계를 넘어왔습니다. 없던 일처럼 넘어가려는데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다니며 소문을 내고 다니더니 저희 부모님에게까지 연락해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지난 2년 동안 빌런에게 밤낮으로 오는 연락을 받으면서 살면서 처음으로 생리가 멈추고,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기도 하고 기면증이 있는 제가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었어요. 한 사람을 파괴하는 건 경찰에 신고할 수도 고소할 수도 없는 일이더라고요. 참고 참다가 빌런에게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저와 할 이야기가 없다며 피하더니 모두가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빌런이 갑자기 나한테 이야기하자고 했던 게 뭐냐면서 대화를 요청해 왔습니다.

그 순간에도 저와 남편은, 빌런의 남편에게 빌런의 공금 횡령 그리고  회사까지 찾아오고 저희 부모님에게까지 연락한 걸 지금 알리는 게 맞을까를 고민했어요. 안 그래도 빌런과 남편은 파혼 직전이라 저 사실을 안다면 둘은 완전히 이별을 하겠구나 싶었어요. 우리는 결국 지금이 아닌 나중에 객관적 증거와 함께 빌런 남편에게 차분히 알려야겠다 결정했어요. 빌런이 제 명의로 돈을 쓴 것 등을 알리지 않는 편을 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장소에서 빌런과 따로 이야기를 했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들이밀기 전까지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증거를 보고 들은 후에는 '그게 뭐 어때서 그러냐. 사랑해서 그런 거다' 라며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을 바꿉니다. 공금 횡령을 사랑해서 그런 거라니... 그러더니 빌런은 저희가 녹음을 하고 증거를 정리해 놓은 게 소름 끼친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빌런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을 한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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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깊이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전업 작가, 프리랜서 기고가로 살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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