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역사책을 찾아서 (12)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3/10/13
대종교 초기 문건 중에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라는 것이 있다.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 표지 (조준희·유영인 편, <백봉전집>(역사공간, 2017) 257쪽) - 본 글의 인용문은 모두 <백봉전집>의 번역문을 인용한 것이다.
1909년 10월 3일에 백봉이 반포한 글이다. 1910년에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 등에도 보도되었으므로 이 무렵에 반포된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존재 자체가 묻혀있다가 일본의 종교학자 삿사 미츠아키에 의해서 처음 알려졌고, 국학인물연구소 조준희 소장에 의해 2002년 처음 발견되었고, 역시 조 소장에 의해서 2010년에 건국대 귀중본 자료실에 원본이 보관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조 소장은 <역대제철성신록>이라는 대종교 초기 문헌도 2012년에 대종교총본사 서고에서 처음 찾아냈는데 이 책도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이런 글이 대종교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마도 대종교의 교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단군교오대종지포명서>에는 단군조선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데 <규원사화>, <환단고기>, <단기고사> 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이 기록이 만일 널리 퍼졌다면 이에 의거하여 단군조선의 역사를 창작하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지만 백 년 동안 묻혀 있었기 때문에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아무데서도 찾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 여기 나오는 "역사"는 대체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알 수 없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고기(古記)"라고 적은 부분 뿐이다. <단군교 포명서>에 이런 글이 있다.

국도를 '서울'이라 칭함은 단군조 말엽에 도읍을 옮긴 부여국 중의 지명이니 본교 고기 중에 언급된 바 '서울교변'이라 하는 큰 사건이 발생했던 부읍이다. (368쪽)

<역대제철성신록>에서는 <고기>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이유립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 기록들을 <환단고...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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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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