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9장. 그 집 앞 똥은 누가 치웠을까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08
사장은 나에게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나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집에는 어디 간다고 하지 않았다. 약속한 곳으로 가자, 사장은 청소 구역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계단을 올라갈 때 구석구석을 잘 살피라고 했다. 거미줄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맘에 들려고 목을 쑥 빼고 계단 구석을 과장된 몸짓으로 꼼꼼하게 살폈다. 사장은 한 번 쓴 걸레를 잽싸게 갈아 끼우는 방법을 몇 번씩이고 연습시켰다. 잘되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다. 시작도 전에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장은 대걸레로 계단 바닥 닦는 방법을 몇 차례 시범 보여주었다. 지나치게 꾹꾹 눌러 힘을 쓰지 말라고 했다. 약물 때문에 살살 훑어도 먼지가 잘 털어진다고 했다. 체육과 학생들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에 자신이 없어졌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쓰지 않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처음에만 힘들고 좀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했다. 사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가지로 헛갈렸다. 
   
세 시간가량 함께 일했다. 사장의 와이프가 나에게 소질이 있다고 했다. 칭찬이었다. 사장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사장의 집으로 갔다. 사장의 와이프가 직접 점심을 해주었다. 채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밥을 먹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사장은 청소 시 주의점을 적은 종이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대략 십여 가지였다. 사장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다시 정리해 주었다. 묘한 권위가 느껴졌다. 그의 꼼꼼함에 슬쩍 주눅도 들었다. 
   
차를 마시기 시작할 때 사장의 친구가 왔다. 미리 언제 오라고 약속한 것 같았다. 친구의 외모는 사장과 달리 껄렁껄렁해 보였다. 담배 냄새가 났다. 싫었다. 사장은 자기 친구가 내 사장이 된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구역 일부를 친구에게 떼어주었다고 했다. 자신은 일을 더 줄일 생각이라고 했다. 돈도 벌 만큼 벌었고, 무엇보다도 함께 청소하는 와이프가 계단 오르내리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했...
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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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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