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코리아』 비판 : '대중독재'와 '유교적 생명정치'에 관해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07/09
이 책에 얽힌 복잡한 맥락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연구자가 쓴 연구물로서 이 책을 한번 대해보고자 했다. 아예 인용을 삼가는 것이 더 나은 대응이라는 질정도 들었었지만, 이런 방식의 대응도 그 나름 필요하리라 믿는다. 

내 박사학위논문에서 『퀴어 코리아』를 언급한 대목은 다음 두 부분이다. 첫번째는 토드 헨리 선생의 레즈비언 서사 분석에 동원된 "대중독재"[1]라는 설명틀에 대한 비판, 두번째는 같은 책의 조성배 선생이 쓴 "유교적 생명정치"와 "가족 통치성" 개념[2]에 대한 비판. 이 두 연구물의 본론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실증들을 포함하고 있고, 특히 토드 헨리 선생의 글은 당대의 각종 잡지에서 이잡듯이 뒤져 찾아낸 레즈비언 서사를 다루고 있어 일독의 가치가 있다. 다만 내가 문제삼는 것은 그것의 의미화 기술에 대한 것이다.

대중독재론은 2000년대에 여러 사학자들에게 이미 준엄한 비판을 받은 역사이론이다. 독재에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사회적 동의의 공간이 있었다는 것이 그 이론의 주된 논지인데, 체제에 대한 동의의 문제는 마르셀 모스에서부터 라이히·프랑크푸르트 학파·들뢰즈로 내려오는 정신분석학과 사회 이론의 오랜 화두였다. 그런데 문제는 기본적으로 아리까리한 사회적 공간의 존재를 누구 맘대로 '동의'의 근거로 볼 수 있을지 밝히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그런 설명은 정치의 지형이 과연 어떻게 변혁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가령 군부독재 시절 대통령 간선제에 만족하던 국민들이 왜 갑자기 직선제에 환호하게 되었는가? 국민들이 '동의'하던 마음이 갑자기 일거에 바뀌어서? 대체 무슨 연유로? 그렇기에 사회의 집합적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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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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