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테러리스트 김구》 (정안기, 2024) 서평: 그는 왜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가?
2024년 광복절 당일, 『테러리스트 김구』가 출간되면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동시에 수많은 악평을 받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 '문제작'임에는 틀림없다. 마치 오늘날 한국 사회를 휩쓰는 역사 논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의 출간에 대한 거센 반발은 김구가 독립운동가ㆍ민족운동가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해 왔고, 그의 사회적 명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저자는 김구가 직접, 또는 사주했거나 깊이 관련된 피살(被殺) 사건들을 집대성하여, 김구의 본질은 국부(國父)가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한다.
학계나 언론은 저자가 김구의 항일활동을 '테러'라고 불렀다는 점을 지적하거나, '테러'가 아니라 정당한 의거였다고 반박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단,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테러'란 무차별적이고 대규모 테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학술 용어로 보았다.
저자는 여러 국제적인 논의를 종합하여 '테러'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비무장 민간인을 대상으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주의 혹은 정책'으로 정리한다. 그는 '테러'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을 비판하는 한편, 김구는 '테러리스트'라고도 할 수 없는 범죄자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김구와 관련된 피살 사건들을 '행위자들의 동기, 심리, 행동을 파고드는 범죄수사학'의 연구 방법을 적용했는데, 김구를 역사적 인물이라기보다는 범죄자, 특히나 살인범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인식은 이 책의 구성에도 반영되어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항일 테러', 2부는 '밀정 테러', 3부는 '정적 테러'이다. 1부에서는 김구의 치하포 사건과 이봉창 의거가 항일·독립운동임을 부정하고, 윤봉길 의거가 성공했다는 통념을 비판하며 실패한 의거였음을 주장하였다. 2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