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서 수난 당한 여성... 단 한명이 필요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09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다. 불특정 피험자와 미리 섭외된 연기자를 데리고 하는 실험으로, 쉬운 퀴즈를 낸 뒤 답을 듣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3번이 답인 오지선다 문제를 낸 뒤 연기자 일곱 명 뒤에 피험자가 답을 말하도록 한다. 순서대로 답을 말하는 탓에 피험자는 앞선 일곱 명이 동일한 오답을 말하는 것을 듣는다. 저 말고 모든 사람이 특정한 오답을 이야기하면 피험자 상당수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피험자 넷 중 셋이 앞선 이들이 이야기한 오답을 말한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 조건을 달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피험자에 앞서 답한 일곱 명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정답을 말하도록 한다면 정답률은 금세 100%에 가깝게 회복된다. 피험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다. 그에 앞서 정답을 말하는 단 한 명의 동료, 다른 목소리의 존재다.
 
이 실험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첫째, 인간은 옳지 않다고 믿는 일을 스스로 행할 수 있다. 오로지 다른 이들이 모두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그릇된 일에의 자발적 동참이 이뤄지는 것이다. 여기엔 어떠한 강요도 필요치 않다. 모두가 부당함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둘째, 인간은 단 한 명의 동료만 있다면 그릇된 일에 기꺼이 저항할 수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의 온갖 부조리, 군대와 직장, 학교 등 온갖 집단에서 이 같은 심리적 현상은 제 모습을 수시로 드러낸다. 사람들은 자주 비겁해지고 드물게 용감해진다. 이따금 마주하는 부조리의 혁파 뒤에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듣게 될 때가 많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경우, 우리는 모두가 따름을 이유로 기꺼이 부조리를 묵인하고는 한다.
 
▲ 선화의 근황 스틸컷 ⓒ 부천노동영화제

20대 여성 선화가 빵집에서 겪은 일

제10회 부천노동영화제가 초청한 단편 <선화의 근황>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바로 이에 대한 영화라 할 수가 있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2018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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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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