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T야?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4/26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6화
 
넷플릭스 시리즈 중 ‘센스8’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워쇼스키 자매가 만든 시리즈인데, 8명의 인간이 지구의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인종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연결되며 겪는 이야기다. 이들은 서로의 몸에 빙의(?)되기도 하고, 정신과 감각을 공유하는데, 그러다보니 연결된 서로 시간과 컨디션만 맞는다면 8명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한 사람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통신매체 없이도 지구 반대편에서 텔레파시로 의견을 나누거나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센스8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이들은 ‘호모 센서리움’이라는 인간종으로 표현되는데, 센스8의 서사에서 이 호모 센서리움들은 서로의 정신이 연결되지 않은 인간종인 호모사피엔스에 의해서 말살되어 왔다. 인간종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 살인같은 것들은 호모 센서리움이 다수인 지구였다면 일어날 수 없었을거라는 가정도 등장한다. 지구 반대편의 고통을 내가 그대로 느낀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그가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랄테니까.


물론 지금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유튜브나 TV를 보다가 마주치는 기아 후원 광고, 튀르키예 지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파키스탄 홍수로 집을 잃고 피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는 뉴스, 이란 여성 시위에 연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숏츠같은 것들로 말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때로는 의도하지 않아도 지구반대편의 사람과 연결된다. 그 때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들이나 죄책감, 나도 함께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의욕이 생기는 것은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것을 정확히 공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감의 시작이 되는 연결의 단초는 있는 셈이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 하고, 느끼지 못하면서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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