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와 포섭의 기준으로 작용한 식민지 무속담론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12/24
신과 인간을 잇는 원시 사상 무속(국사편찬위원회)

배제와 포섭의 기준으로 작용한 식민지 무속담론 - 김동리의 문학작품을 통해서

김동리 무속 소설에 형상화된 조선 무속은 “농촌성”, “여성성”, “원시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형화된 특징은 김동리 문학관이 지닌 근본적인 지향성, 즉 <죽음에의 극복>의식과 연결되어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죽음(소멸)에의 극복> 의식은 흔히 자연으로의 회귀양상, 혹은 풍요로운 생산을 의미하는 원형적인 모성으로 이미지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김동리 소설에 형상화된 조선의 무속의 특징이 일본의 무속담론과 내용상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 예로, 대표적인 일본 무속 연구가 아끼바는 조선 무속의 특징으로 “농촌성”, “여성성․모성성”, “원시성”을 제시하는데, 이는 조선 문화의 열등성을 해명하는 논리로서 비약되고, 일제의 식민정책을 합리화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조선 무속의 농촌성’을 ‘조선 사회의 농촌성’으로, ‘여성성’을 ‘조선사회의 수동성’으로, ‘원시성’을 조선의 ‘미분화된 원시적 종교’ 의식으로 비약, 확대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서, 그는 조선 사회가 근본적으로 후진적이며, 문화가 정체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는 일제의 식민 무속담론이 식민통치 전략에 활용되는 전형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김동리와 아끼바가 정형화한 조선 무속의 특징들은 각기 다른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서로 교묘하게 겹쳐져 있다. 이 교묘하게 겹쳐진 자리가 갖는 상호 작용성, 양가성이 식민 무속 담론과 김동리 문학이 갖는 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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