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에서 기독교의 의미와 그 위상 -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
이 책은 학술서로써 두가지 목표를 달성한 책이다. 첫째, 한국 기독교사를 '종교적'차원이 아닌, '정치•사회적'차원에서 조명해보겠다는 학문적 동기에 충실했다. 둘째, 이차자료만을 인용하거나 단순한 인상비평에 그치지 않고, 우직하게 일차자료를 끌어와 서술했다. 학술서는 이래야함을 보여준 책이다.
이제는 동방의 예루살렘이란 낡은 신화에서 벗어나 진짜 우리 기독교사를 마주할 때다. 물론 역사를 통해 자부심 대신 교훈을 되새기는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필요하다. 단단한 음식 먹기가 처음엔 힘들더라도 결국 우리를 더 강하게 하는 것처럼.
1부 기독교와 근대 한국
1장 기독교에 대한 개화기 지식인들의 태도와 근대성 문제
# 기독교와 서구 문물을 바라보는 조선 지식인들의 견해
1. 전통적 중화주의 : 서양 문물을 야만으로 간주한 성리학자들
2. 현실적 중화주의 : 양무洋務운동에 영향을 받은 온건개화파
3. 일본식 서구주의 : 메이지 일본에 영향을 받은 급진개화파
4. 미국식 서구주의 : 미국식 교육과 (기독교적) 세계관의 세례를 받은 자들
"개항기 미국 공사관에서 일했던 윌리엄 샌즈는 조선의 지성인들이 기독교 속에서 진정으로 찾았던 것은 기독교라는 종교는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에 의하면 조선 지식인들이 기독교 속에서 매력을 느꼈던 요소는 인도적·윤리적 삶, 정치적 원리, 그리고 서구적 생활이었다. 그는 또한 기독교를 수용하는 일이 조선 지식인에게 "그들의 윤리와 조화되지 못할 것 없는 서구적 윤리규범을 받아들여 그것을 마치 편리한 탈것을 이용하듯 타고 서구의 지식으로 나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관찰했다. 조선 지식인들이 서구 종교와 서구의 학문을 구별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샌즈에 의하면 조선 지식인들이 기독교에서 진정으로 목격했던 것은 영적인 일과 결부되어 있는 어떤 정치적인 힘의 작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