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를 조심하세요!

갈색나무 · 가지에 매달린 생각을 글로 적어요
2022/04/13
 가는 길에 중지만한 길이의 지렁이를 밟을뻔했다. 밟기 직전에 지렁이를 발견했다. 꿈틀꿈틀 움직이더라.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지렁이를 무서워했다. 뱀도 안 무서워하는데 유독 지렁이가 징그러웠다. 길쭉한 땅 색의 젤리같은 것이 앞뒤로 움직이고 땅에 들어가 산다는 게 이상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릴 때와는 달리 지렁이를 봤다고 눈 꼭 감고 지나치지는 않는다.
 지렁이는 비가 오면 물이 땅구멍으로 들어와 숨을 쉬지 못하기에 비가 오기 전에 땅 위로 올라온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크고 까만 발자국과 작열하는 태양빛이다. 살기 위해 밖으로 나오지만, 대부분 죽는 결말을 맞이한다. 자신 위에 다가온 사람의 발을 피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해 움직여도 결과는 똑같다. 그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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