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주의보》 저자 이옥수 - 무엇이 진짜 친환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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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2

그린워싱 주의보》 저자 이옥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과 시간을 낭비할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리유저블 컵부터 비건 레더까지, 너도나도 친환경 마케팅과 ESG경영에 뛰어드는 시대다. 그러나 ‘녹색’의 기준과 효용은 지금껏 명확히 정립된 적 없다. 무엇이 진짜 친환경이며, 그린워싱을 판단할 기준은 무엇인가? 지구를 위한다는 선한 취지에 비판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녹색과 금융, 두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회계사의 시선으로 ‘친환경‘의 의미를 재고해 본다.
이력이 특이하다. 회계사 출신인데, 어떻게 하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나.

회계 감사는 자본 시장의 파수꾼이다.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처음 회계 법인 입사 후 몇 년간 내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환경 분야 자체의 비전을 보기도 했다. 유럽의 발전 경로처럼 우리나라 또한 사회 성장 단계에서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넘어 환경 이슈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처음 환경 분야 컨설팅팀으로 소속을 옮기고선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 정책 설계를 자문했고, 이후에는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부터 녹색 금융 관련 국제 기구까지 자문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그린워싱 주의보》는 친환경의 기준을 정책과 투자의 관점으로 제시한 책이다. 환경 이슈를 다룬 기존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린워싱은 언론 보도나 학술 논문에서 흔한 키워드로 회자되지만, 이 현상 자체를 주제로 다룬 도서는 흔치 않다. 2010년부터 기후 및 녹색 업무를 현장에서 경험해 온 회계사로서, 내가 쌓은 지식을 토대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또 ‘녹색’이 마냥 선언적이고 마땅히 이행해야 하는 착한 주제로 다뤄지진 않길 바랐다. 사회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은 당위를 강조하거나 원론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여건하에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도 환경 이슈를 바라보는 경영자의 비즈니스 관점, 자본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금융인의 관점이 함께 녹아들도록 유의했다.

취지가 좋다는 것만으로도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한 의도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린워싱은 왜 문제인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 특히 자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정해져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만도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만약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에 해당 자금을 쓰게 된다면, 다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은 기회를 박탈당한다. 선한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거대 자금이 올바른 곳에 사용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그린워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꽤 오래전부터인데, 최근 몇 년새 특히 화제가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녹색 금융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선한 목적을 설정하고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커지며 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이슈로 부각됐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과 미국의 그린딜로 대표되는 정책 자금이 움직이며 기관 투자자도 함께 움직였고, 이어 자본 시장에 녹색 바람이 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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