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에 있는 일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4/03/08
저는 수건을 좋아해요.

사실, 좀은 아니고 많이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빳빳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다 보면 갑자기 화라락 행복해요. 얼굴 구석구석 톡톡톡 샘솟는 기쁨에 '내가 이러려고 태어났나' 싶은 날도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좋아라 하는 물건이 수건인데요, 하루는 남편이 수건들에게 몹쓸 짓을 했어요. 덜 마른 수건들을 가지런하게 개켜 놓은 거죠. 덜 마른 수건, 그걸 어찌 손 쓸 수도 없게 정갈하게 개켜 놨어요. 더 쳐다보다간 내 삶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만 같아 밖으로 나갔죠.

밖에서 칙칙폭폭 불난 마음을 꺼트리고 집에 왔어요. 그리곤 밤새 그 수건들을 외면하다 다음날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다시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꿉꿉한 것들은 이내 쿰쿰해지니까요. 예전 같았으면 저는 수건을 살리고 남편을 마...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58
팔로워 47
팔로잉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