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미술의 탄생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5/22
앤디 워홀 작품 - 직접 촬영
   서양의 고대와 중세의 예술 작품들을 평가할 때 흔히 등장하는 단어가 황금률과 팔등신이다. 그만큼 균형미를 갖춘 아름다움을 중시했다. 그와는 달리 현대미술을 살펴보면 균형은 고사하고 가학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괴한 작품들까지도 존재한다.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통념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큰 가치를 부여받고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이전 시대와 달라졌다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이전 기준의 아름다움을 다른 기준의 아름다움으로 대체했다고 본다면, 인간의 문화가 풍부해졌다는 믿음과 반대되는 것일 테고,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의 일정 부분을 폐기해야 한다. 

    고대와 중세시기에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이 예술적 전통이었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예술 작품에 구현된 아름다움의 요소에서 ‘조화와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했는데, 그런 흐름이 중세시기까지 이어졌다. 

   그리스와 로마시대 신전과 중세 성당 등의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황금률’은 물론이고, 인간을 모델로 한 그리스 시대의 <비너스 상>, <원반 던지는 사람>, <라오콘 군상> 같은 작품들에서부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같은 16세기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팔등신’으로 상징되는 신체적 균형미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황금률과 팔등신으로 상징되는 예술적 기준이 이어지고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리스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왕실, 종교계, 귀족사회의 요구였다. 정치와 종교가 거의 분리되지 않은 시스템 속에서 신을 찬양하는 예술적 요구가 이어졌고, 왕실과 귀족들도 자신들의 영광과 멋진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창조주가 가장 사랑하는 피조물인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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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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