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을 선택하지 마세요> : 우리의 내일을 구할 수 있는 건 우리 뿐이니까 by 김정민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25

2021년 UN 총회에 출석한 사이버 공룡 프랭키가 기후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인간 보다 앞서 무시무시한 멸종을 경험한 프랭키는 연단에 서서 소름 끼치는 미래를 ‘예측’했다. “잘 들어라, 인간들아. 스스로를 멸종시키는 거? 내가 7천 만년 동안 살면서 들어본 말 중에 제일 멍청한 소리야. 우리는 소행성 충돌이라는 변명이라도 있지, 너희들은 뭐야? (중략) 멸종을 선택하지 마. 더 늦기 전에 인류를 구해. 이제 너희 인간들이 변명을 멈추고 변화를 일으킬 때야.” 틀린 말 하나 없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보조금은 4250억 달러, 한화로 약 50조 원에 달한다. 이 천문학적 액수는 온 인류가 코로나19백신을 맞고도 남을 만한 금액이며, 절대빈곤을 퇴치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3배 수준이다.

‘인류세 대멸종’은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이 도망칠 곳은 없다. 과학자들이 통계와 확률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작금의 기후 위기는 95% 이상이 인간 활동 때문이다. 본시 눈앞에서 칼을 휘두르는 적 보다 더딘 변화로 일상에 침투하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공장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도로 위에서 자동차 매연을 뿜어내도 푸르고 맑은 하늘은 영원할 줄 알았다. “북극곰을 지켜주세요”, “지구가 아파요”라는 슬로건이 인류의 영속성을 보장해 줄 거라고 믿었다. 모두 헛된 망상이었다. 자기 기만을 일삼은 결과, ‘이러다 우리가 다 죽게 생긴 상황’에 직면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 대전환을 감행해야만 한다. <멸종을 선택하지 마세요>는 기후 위기가 자연의 섭리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임을 설파하며, 대응책을 제시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원래 그런 세상은 없다. 유럽의 중세 시대에는 신의 의지를 이해하는 것이 곧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각 분야의 학문은 종교적 해석에 따라 판가름 났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도 신의 심판에 기댔다. 유럽 전역에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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