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고 말해보자면] 홍범도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이 불쾌하다

홍범도 장군의 이미지 출처 :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814/108552232/1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 방향은 1980년대 이후로 대체로 '민족통일전선'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한국사 연구자들이 한국사 연구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친 책을 뽑을 때 강만길 선생의 저작은 2권이나 선정된 적이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 맹아론을 상업사적 차원에서 주장한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재간, 창비, 2018)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전선의 형성과 좌우대립의 민족주의적 수렴을 강조한 <조선민족혁명당과 통일전선>(재간, 창비, 2018)였다. 이 저작을 계기로 민족주의를 매개로 한 좌우합작과 그에 기초한 통일전선의 형성을 식민지기 독립운동사의 주요한 방향성과 흐름으로 잡아두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서 1945년 해방 이후의 1948년까지의 역사를 마찬가지로 좌우합작운동에 따른 통일국가의 실현과 좌절이라는 프레임으로 독해하는 것이다.

강만길만의 고유한 사관은 아니지만 분단극복사관에 동의하는 일련의 흐름에서는 국내 정치에서의 중도파를 매개로 한 좌우합작운동의 전개와 국외 정치에서의 냉전적 대립의 심화에 저항한 통일운동이 좌절하고 단독정부가 수립되어 끝내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연장에서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사를 냉전적 반공주의와 민족대립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친일친미친독재수구반동세력과의 투쟁사로 파악하고, 그들과의 투쟁 속에서 민족주의적인 통일전선 및 통일정책의 형성과 민주주의의 확장을 이룩하는 과정으로 그리는 진보적 민족주의(=민중적 민족주의)의 사조가 자리잡게 된다.

즉, 해방전후사의 전개를 중도적 민족주의를 매개로 한 좌우합작운동에 중점을 두고 파악하여 국가건설론, 통일론, 민주주의의 발전 등의 큼직한 주제들을 묶어 한국 근현대사를 파악할 틀을 마련한 게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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