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이재랑
이재랑 · 살다보니 어쩌다 대변인
2021/12/01

 학생들에게 학원에서 담배 피고 싶으면 부모님께 싸인 받아 오라고 말했다. 내 청소년기도 술담배에 지배 당했었는데 내 주제에 누굴 훈계하겠니. 다만 자영업자는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살아가니 아무래도 너희들의 복지보다는 부모님의 안위를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단다. 근데 라이터 좀 빌려줘라.

 학생 세 명이 동시에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고... 고맙다. 담배 피는 거 부디 내 눈에만 띄지 말아줘. 너희를 본 순간 난 고객님들께 보고를 해야 돼. 학생들이 그 말은 또 잘 들었다. 이런 착한 비행청소년들 같으니라고.

 근데 학생 한 명이 진짜 부모에게 싸인을 받아왔다. 어차피 내 말은 듣지 않을 테니 차라리 통제된 곳에서나 담배를 펴라,는 심정이었을 학생의 부모님을 생각하니 갑자기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 미안해요, 막 살았어서.

 막 산 죗값으로 막 사는 너를 만나야 했나봐. 기껍진 않았으나 약속은 약속이니 수업이 끝날 때면 같이 맞담배를 폈다. 

선생님, 부모와 함께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 있니? 
아니오. 
돈 벌 생각은 있니? 
자신이 없는데요. 
그럼 대학을 가라. 부모에게 보증금을 얻을 길은 그것밖에 없단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근데 또 이 이상의 말을 해 줄 자신은 없고. 어찌됐건 자식이란 결국 빚지고 산다는 것, 엄마를 영숙 씨라 부를 생각 말고 그냥 대학이나 가렴. 부모님께 너무 미안하면 학원은 계속 다니자.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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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했다. 김규항의 <B급 좌파>에 감동했고, 도서관에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다 읽었다고 했다. 뭐야, 이거. 연결이 안 되잖아. 

"근데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다니 너의 중2병은 내가 알 만하다."
"선생님, 그건 아니죠. 제가 선생님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좋아한다고 놀리면 좋겠어요?" 
"야, 이제는 하루키가 똥을 싸도 박수 받는다지만 어쨌든 <노르웨이의 숲>은 한 시대의 고전이라고. 그리고 난 적어도 트위터 아이디를 dazai로 짓진 않았잖니." 
"그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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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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