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CNN에서 배운 것
2021/10/07
빨간 피가 흥건한 시체 사진을 하나하나 골라냈다.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에서 보내온 사진들이었다.
끔찍한 사진들이었다.
몇몇 장면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잔상으로 남아있다.
무너져 내린 건물 틈 사이 아이를 움켜 안은 채 굳어버린 잿빛 형태가 떠오른다.
잿더미에 뒤덮인 한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아이를 안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을 했다.
사건의 위중을 잘 대변하면서도, 너무 잔인하지 않아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사진을 선택했다.
세상에 알리는 것. 가장 정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목을 끄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흘린 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한 회색빛 재에 덮여있었다.
그 덕에 우리는 사진을 방송에 내보낼 수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곤히 잠이 든 모습으로 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아이 쿠르디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시리아에는 수천, 수만 명의 아버지와 쿠르디가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필터링해나갔다.
누군가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누군가는 형태가 너무 크게 망가졌다.
일부 저널리스트들은 그럼에도 해당 사진을 공개하자고 주장했지만, 나를 비롯한 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