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는 아주 압축된 인생일지도

정세림 · 잡생각이 많음
2021/10/08
테트리스를 믿는 종교도 있냐며 나를 재미있게 쳐다보던 친구도 테트리스를 시작했다. 본디 게임이라면 흥미를 느껴서 주위에 추천하고 다니는 게 대부분이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테트리스는 어떤 심리치료에 가깝다.

나는 슬픔에 쉽게 매몰된다. 이겨내려는 속성도 물론 가지고 있지만 한 번 잡아먹히면 그 안에서 허우적대고 누군가가 구하러 오기 전까진 제힘으로 나오지 못한다. 할 일도 모두 미뤄버리고. 이런 이유로 번아웃이 왔었고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부정했다. 예를 들면,


내게 온 기회는 기회를 준 사람이 착해서, 내가 이룬 것은 그냥 운이 좋아서, 내게 주는 칭찬은 다 뒤 뜻이 있는 말. 오직 내가 한 실수만 진짜 나로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개복치 멘탈이었다.


심리 상담을 다니기 시작하며 많이 좋아져서 매몰되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자꾸 그 슬픔의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감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대로 슬퍼하며 침대에 누워버릴까, 일은 뒷전으로 하고. 침대와 책상 사이에 서 있을 때 테트리스를 만났다.

 
 

테트리스. 여러 종류의 블럭을 쌓아 없애는 아주 단순하고 복잡한 게임이다. 아마 얼룩소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테트리스 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내 주위 몇 어린 친구들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3
팔로워 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