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여유, 마음의 여유
2023/01/30
“좋아요오, 승혜님. 그대로 유지!! 유지! 유지이이이이이이이!”
강사의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졌지만 이미 내 몸은 폴에서 내려온 뒤였다.
폴댄스 수업에서는 매번 그날 배운 기술을 다른 여러 가지 동작과 함께 조합하여 하나의 ‘콤보’로 만든다. 그리고 그걸 한번에 수행하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완성한 콤보는 마지막에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겨둔다. 동작을 얼마나 제대로 해내는지, 고치거나 더 나아지게 할 부분은 없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자기 모습을 자기가 볼 수는 없는데다가, 거울이 있다고 한들 폴 위에 있을 때는 동작을 수행하기 바빠 통 거울 볼 정신이 없으니.
이날도 역시나 수업시간에 배운 기술을 마지막에 촬영하던 중이었다. 회원들이 촬영을 할 때는 대개의 경우 강사가 옆에서 지켜보며 코멘트를 해 주곤 하는데(다리를 좀 더 내려라, 허리를 더 꺾어라, 고개 방향은 어느 쪽으로 해라 등등)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에게도 역시 동작을 좀 더 오래, 길게 보여주라는 의미에서 “유지이이이이!”를 외쳤던 것이다. 폴에서 내려와 힘들기도 하고, 왠지 멋쩍기도 하여 헉헉대며 어색하게 웃는 내게 강사가 다가와 말했다.
“잘했어요, 승혜님. 근데 제발 좀 차분하게 타요, 차분하게. 다 좋은데 승혜님은 매번 너무 급해.”
알겠다며 하하 웃었지만 사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차분하게 타라니,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은데! 그게 어디 마음처럼 쉬운 일이여야지 말이다. 사실 이 “차분하게 타라”는 말은 폴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2년 전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이야기였다. 차분하게, 여유있게, 하나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참을성을 가지고 타야 한다며. 하지만 나의 폴링은 그렇지가 못하니 매번 차분하게 타라는 조언이자 잔소리를 들었던 것. 그러면서 강사들은 내게 묻곤 했다. “평소에도 성격 급한 편이죠?”
보통 누군가의 춤이나 몸짓에는 그 사람 특유의 성격이 묻어난다...
베스트셀러 비평서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와 칼럼집 <다정한 무관심>, 에세이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을 썼으며 다양한 매체에 서평과 칼럼을 기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