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대 의식이 이태원에서 시험받고 있습니다.

이완
이완 인증된 계정 · 위기를 앞두고 혼자되지 않는 나라
2022/11/19
정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위로금과 장례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사이버 우파가 정부 지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사이버 우파 특유의 공정성 감각이 자극받은 듯합니다. 사이버 우파가 장례비 지원에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이태원 참사가 순전히 무질서한 군중 탓에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둘은 정부 지원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셋은 정부 규모가 언제나 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순전히 개인 탓에 일어난 일일까요? 사실,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을 깔끔히 나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개인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서로 모여살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이상, 순전히 개인을 탓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비율입니다. 이 비율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디에 얼마나 책임을 물을 것인가는 결국 사회 구성원이 대화로 결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살펴보면, 사회적인 원인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인근 상인은 건물을 불법으로 증축해서 좁은 길목을 더 비좁게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마약 단속과 시위 관리, 군중 통제 중에서 어디에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규제가 엉성하고 여러 목표가 충돌할 때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정치인과 정무직 공무원의 역할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제 때 나서지 않았습니다.

현 정권과 경찰만 탓할 일이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는 여러 정권과 국회의 무관심이 쌓여서 폭발한 것입니다. 정부는 규제와 인프라를 계획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에는, 미리 일어날 법한 문제들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천재지변까지 대비할 수는 없지만, 인구 밀도가 높고 유명 관광지로 통하는 구역에 군중이 결집하는 일은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대비해서 미리 규제를 다듬고 인프라를 재개발해야 했지만, 어느 정권도, 어느 정당도 그렇게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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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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