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노는 법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8/03
꿈의 막바지엔 대개 풍경이 픽셀화pixelated 되므로 곧 눈을 뜬다는 걸 알 수 있다. 꿈이 깸에 이르면서 점점 뭉쳐지던 픽셀들은 새카만 네모 천장 하나를 만들며 끝을 맺는다.

이때 내 모드는 어릴 적 오락실에서 보글보글을 하다 흔히 보던, 죽고 다시 태어나 약 3초 정도 흐릿하게 돌아다니며 나쁜 놈에게 닿아도 죽지 않던 그 두 세계에 걸쳐있다.

팔을 뻗어 핸드폰을 바라본다.

3:55

정상 컨디션일 때 7시쯤 눈이 떠지므로 아직 몸의 일부가 도쿄나 대구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구나 생각하며 터벅터벅 욕실로 향한다.

미지근한 물을 손에 소복이 담아 얼굴에 비빈다. 씻겨나가기 좋도록 친절히 피부 표면까지 마중 나온 노폐물이 하나도 남지 않고 씻겨져 나간다. 어차피 알 길이 없는 것들에 대해 이왕이면 나 좋은 방향으로 해석한다. 눈을 뜨자마자 세수할수록 더 많은 노폐물이 씻겨나간다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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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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