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어교사의 딜레마

정찬용
정찬용 인증된 계정 · 영어를 잘하게 만드는 사람
2023/08/31
제 스피킹 실력이 이상해요

그녀는 십여년째 중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영어 성적이 최상위권이었고 또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영어 교사가 되었단다. 문법이나 단어 실력으로 남에게 별로 져본 기억도 없어서 자신의 영어가 고민의 대상이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고 한다. 영어 수업도 나름 재미있게 한다고 학생들이 칭찬해 주어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문제는 한 달에 한번씩 만나서 영어로 주제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늘 같은 표현만 쓰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 우리들은 항상 같은 표현을 하고 같은 반응을 하고 있을까. 모임 시작하면서 하는 말, 말 시작하면서 하는 표현, 중간 중간에 버릇처럼 끼워 넣는 각종 프레이즈가 다들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모임하는 분들의 발음은 어떤가요?"

"좋죠. 반기문 사무총장 같은 발음은 없어요. 어떤 사람은 발음만 보면 거의 원어민 같아요."

"유창성도 괜찮나요? 그러니까 말을 시작하면 보통 어느 정도 길이로 이어가나요?"

"바로 그 지점이었어요. 거기 어느 누구도 말을 마무리를 잘 못짓는 거예요. 그 길이도 길지 않고요. 그러면 이제 사회를 맡은 이가 받아 주거나 다른 이가 이어가거나 하면서 진행이 되어요."

"발음은 괜찮은데 유창성이 문제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네. 일단 그것도 문제예요."

"늘 같은 표현을 쓰는 것과 유창성이 좋지 않고 문장이 짧은 건 사실 한 문제입니다."

"그래요? 도대체 원인이 뭐죠?"


외운 문장으로 말을 한다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혹시 모두 영어 교사들인가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 분들이 모이면 벌어지는 흔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암기식 영어의 대가들인 거죠. 그러다 보니 문법에 귀재이고 단어 실력도 매우 좋으며 필수 패턴 수백개 정도는 가볍게 암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말을 할 때에도 그 실력을 가동하죠.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국 문장을 매우 빠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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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사실은 넌 영어 바보가 아니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등의 저자. 지금도 강남역 인근에서 영어 성공자들 꾸준히 배출 중인 영어 잘하게 만드는 분야 고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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