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노년생활]노인을 위한 매우 친절하며 잔인한 정책
2024/06/27
- 영화 <플랜 75>가 실토한 노인 혐오의 실체
노년에 대한 ‘속 편한’ 생각들
노년에 대한 ‘속 편한’ 생각들
코로나 시기, 일본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돈다는 한 일러스트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었다. 노인들이 천사의 모습으로 하늘로 올라가고 그 아래 땅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 만세를 부르고 있는 그림이었다. 건강이 약한 노인들이 지독한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는 커녕, 노인 인구가 줄어 다행이라고, 아니 그 일러스트 속 젊은이들의 표정에 의하면 다행도 아니고 아주 잘된 일이라고 외치는 모습이어서 소름이 끼쳤었다.
오래 사는 것을 재앙이라 말하는 시대다. 의료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었지만 이제 주변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특정 나이가 되면 그냥 모든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좋겠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파서건 형편이 어려워서건 생보다 사가 더 낫다고 생각되면, 물론 너무 젊어서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중년들 사이에서도 이런 대화는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그렇게 하는 게, 가족들에게 부담도 안 주고 ‘속 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죽음을 약속하면 혜택을 드립니다
하지만 이런 ‘속 편할 것 같은’ 상황에 자신이 직접 놓인다면 어떨까? 영화 <플랜 75>이 그런 시뮬레이션을 미리 가동해주었다. 일본 감독이 만들고 202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특별 언급’ 부문을 수상한 이 작품은 노인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한 뒤 ‘노인들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
문화, 육아, 교육 분야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힘든 육아와 부모의 질병을 겪으며 돌봄과 나이듦에 관심 갖고 사회복지를 공부한다. 저서는 친정 엄마의 10년 투병에 관한 이야기이며 본명과 함께 다정한 나이듦을 뜻하는 '다나'를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