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가 가정을 이탈한 이유

조선의 한다하는 문사들이 거의 다 참여한 이 노라이즘이라는 담론장에 여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입센이 수용되는 유럽 및 일본 등의 전사에 비추어 보아 이 같은 침묵은 거의 비정상적이라 할만하다. 입센이즘이 노라이즘으로 고착된 것, 그리고 그 노라이즘에 여성논객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 그리고 남성 문사들이 그렇게 손쉽게 초월적 위치에서 여성 일반을 훈계할 수 있었던 점 등등은 1920년대 초반 한국의 매체적 상황 및 그 구조적 문제와 연동되는 좀 더 거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노라를 대하는 위치 그리고 노라이즘을 발화하는 태도 등과 관련해서 여기에서는 노라에 관해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목소리를 낸 나혜석과 김일엽의 입장을 짚고 넘어가는 것으로 살펴보자.

   

노라에 관한 경험-초월적 입장과는 다른 어떤 기제로 나혜석과 김일엽은 각기 ‘인형의 집’의 노라를 이해하고 있었을까. 공교롭게 나혜석은 한국의 대표적 1세대 신여성이지만 결국 행려병자로 마감한 말년 때문에 오랫동안 잘난 여성의 불운을 증거 하는데 활용되어왔다. 

세속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한 연유로 또 다른 신여성의 순탄치 않은 인생으로 유형화되는 김일엽은 사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