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현친구] 책과 사람과 세상을 읽는 주희

무영현 · 세상 곳곳과 영화와 야구를 사랑합니다
2024/01/05

주희와는 대학교에서 시사 스터디를 하며 알게 됐다. 이번에도 나를 신문방송학과에 편입시키다시피 해준 내 은인 상구가 오작교였다. 처음 주희를 봤을 때, 희고 동그란 애가 무척 친절하고 차분한 말씨로 얘기하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그 애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신경 쓰고, 돌아보고, 동의를 구하고 싶은 류의 힘이었다. 다정한 백설공주 같기도 하고, 진취적인 아서왕 같기도 하고,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여러 이야기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경 같은 친구 주희. 주희에게 듣고 싶은, 또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무척 많다●

주희, 27세. ⓒ본인 제공

너를 보면 책이 떠올라. 네가 출판업 쪽에서 일을 했어서 그런가? 책을 좋아해?
응. 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때 학년별로 대출을 가장 많이 한 사람 목록을 달아두는데, 내 이름이 항상 맨 위쪽에 있었어. 매일 책만 붙잡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책 읽지 말라고 하실 정도였는데, 그러면 이불 뒤집어 쓰고 손전등으로 비춰가면서 읽었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책이 재미있었어.

어떤 책을 좋아하는 거야? 만화도 좋아해?
아니야, 만화책은 그다지. 텍스트가 좋은데, 글자를 읽어나가면서 이야기의 주인공한테 감정이입을 하는 걸 좋아했나 봐. 상상하고, 감정에 동화되고. 나였으면, 나였어도 이게 최선이었을까? 이런 생각하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거든. 그게 이어져서 지금 나의 감수성을 형성하지 않았나 싶어.

그러면 왜 문헌정보학과에는 가지 않았어? 책을 좋아하는 것과 진로는 별개라서?
나는 수시 쓸 때, 신방과로 딱 1개만 쓰고 나머지는 다 교육대학교를 썼었거든. 감정 이입을 잘하고, 누구 말 듣는 것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교사가 되고 싶었어. 근데 결국 신방과에 온 이유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또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였어. 고등학교 때 동아리로 신문부를 하면서 기사를 쓴 경험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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