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세계 최대의 호텔 화재 - 대연각 화재 사건(1971)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2/23
1971년 12월 25일 화염에 휩싸인 대연각 호텔. 출처-<합동통신> 배정환 기자
끔찍한 크리스마스 악몽
   
1971년 평화로운 성탄절 아침, 다급한 화재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초고층 빌딩 대연각 호텔에 불이 나 많은 사람이 건물 안에 갇혀있다는 외침이었다. 2층 레스토랑에서 발화된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고급 호텔의 안락한 객실에서 크리스마스 휴일을 여유롭게 즐기던 수백 명의 투숙객들은 발이 묶여 순식간에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화염과 유독성 연기에 노출된 사람들 모두가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 끝내 찾지 못한 25명의 실종자들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191명이나 발생한 초대형 참사였다. 

1969년 대연각 호텔 개관 광고. 『조선일보』, 1969년 8월 19일.
 
대연각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대형 고층 건물에 들어선 최고급 호텔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1층 최상층 객실까지 모두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말을 맞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던 한국인 투숙객들이었다. 심지어 당시 호텔에는 우리나라와 최우방 관계였던 대만과 터키의 외교관들도 머무르고 있었고, 서울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치고 투숙하고 있던 가수들도 있었다.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하고 사연 많은 아까운 목숨들이었다. 
「22층 대연각 호텔 전소-추락사만 20여명」, 『경향신문』, 1971년 12월 25일.
대연각 화재 사건은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 화재 참사로 기록돼 있다. 이 사건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1974년 제작한 영화 <타워링>이 만들어지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평화로운 크리스마스에 거짓말처럼 일어난 화재 사고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전 국민이 충격을 받고 애통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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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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