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서평]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자본주의
2022/09/14
By 이두갑
좋은 위기를 놓치고 허비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과 롭 닉슨(Rob Nixon)의 커다란 두 책은 모두 자연의 생태계와 인간의 경제가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급진적이고 대담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우선 클라인의 책부터 살펴보자. 클라인은 세계화 시대의 자본가들이야말로 전 세계적 금융 위기의 순간마다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왔다고 고발해 온 저널리스트이다. 그녀는 『쇼크 독트린』이라는 책을 통해 위기의 순간마다 자본가와 정치 엘리트들이 연합하여 사회와 경제 전반을 충격과 “쇼크”에 몰아넣어 분별 있는 논의와 비판들을 무력화하는 과정을 상세히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세계화 엘리트들이 어떻게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자유주의적 경제, 사회 정책들을 “위로부터” 강제화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였다. 일례로 자유 무역과 세계화를 추구하는 경제 및 정치 엘리트들은 1980년대 말 이후 전 세계적 경제 위기의 순간마다 국제통화기금(IMF), 미 연방은행을 통해 수조 달러를 조직적으로 동원하며 전 세계적 차원에서 급진적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데올로기를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 세계적 차원의 위기를 다룬 클라인의 저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21세기 현재 기후 위기의 가속화가 미국식 자본주의, 보다 정확하게는 1980-1990년대를 거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시기 다국적 기업들과 금융 자본은 경제 위기의 확대와 재상산 과정에서 위기 극복이라는 미명하에 국제 무역 및 노동 관련 규제들을 철폐시키고, 각종 공적 기관과 서비스들을 사유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세계화 엘리트들은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규모의 자원 채취와 경제 개발을 추진하며 개발도상국들과 후진국들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내에 편입시켰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자유 무역이 확대되었고 무분별한 자연 자원의 장악과 채취, 시장의 확대로 인해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자본과 화석화된 자연
클라인은 자본주의와 화석 연료가 맺어 온 역사적 관계를 분석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21세기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의 증대와 기후 변화의 가속화를 보여 준다. 산업혁명기 발전된 증기 기관과 화석 연료의 사용은 풍력과 수력과는 달리 인간을 자연의 변덕스러운 영향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수십억 년간 지구 생태계가 저장해 온 태양에너지를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지배하는 기반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365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대량 생산된 상품을 유통하며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시장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쉬지 않고 작동, 이동, 순환, 성장, 진보하는 존재로 신비화되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했던 화석 연료의 채취는 광부들의 폐와 대기와 자연을 황폐화시키며 죽음으로 이끌었다.
21세기 화석 연료를 채취하는 석유 화학 에너지 회사들은 경제활동의 활력인 에너지와 자본을 공급해 주며 전 세계적 시장 확대와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클라인의 책이 출간된 무렵 다국적 석유 기업 엑슨은 자신의 신기록을 또다시 갱신하며 인류 역사상 한 해 동안 가장 큰 수익을 벌어들인 회사가 되었다. 클라인은 이들 화석 연료 회사들이 자본주의하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기후 위기의 가속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한다. 일례로 엑슨, BP, 셸과 같은 다국적 석유 회사들은 한 지역에서 20-3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화석 연료를 채취, 생산한다. 이들은 회사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신규 화석 연료 매장량을 기존보다 100퍼센트 이상 확보해야, 즉 지속적 화석 연료 증산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의 석유 생산량은 점차 감소할 것이고, 이는 더 이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9년 셸이 화석 연료 대신에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새로운 투자로 신규 확보 매장량 비율이 10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자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수많은 주주들이 주식을 투매했고, 결과적으로 셸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클라인은 이처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자본주의 논리 앞에 무력하다고 지적한다. 탄소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려는 환경 정책은 나무나 초원과 같이 탄소를 저감시키는 자연을 하나의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며, 이러한 “유동성 자연(liquid nature)”(317쪽)은 결국 화력 발전의 확대를 가능하게 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클라인은 기술 혁신에 기반하 여 대기 중의 탄소를 포획하거나 태양 복사 관리 기술을 통해 태양열을 차단하려는 각종 지구 공학적 시도에 비판적이다. 탄소를 포획하려는 기술 혁신들은 결국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논의 없이 기술 혁신을 통해 “우리가 창조한 괴물”인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를 돌보자는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와 같은 이의 주장은 공허하다고 비판한다.
대규모 위험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지구 공학으로 지구는 진정한 괴물이 될 수 있으며, 파괴적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하에서 이윤과 성장을 추구하는 “우리 자신을 개조”하지 않고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393쪽)
21세기 화석 연료를 채취하는 석유 화학 에너지 회사들은 경제활동의 활력인 에너지와 자본을 공급해 주며 전 세계적 시장 확대와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클라인의 책이 출간된 무렵 다국적 석유 기업 엑슨은 자신의 신기록을 또다시 갱신하며 인류 역사상 한 해 동안 가장 큰 수익을 벌어들인 회사가 되었다. 클라인은 이들 화석 연료 회사들이 자본주의하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기후 위기의 가속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한다. 일례로 엑슨, BP, 셸과 같은 다국적 석유 회사들은 한 지역에서 20-3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화석 연료를 채취, 생산한다. 이들은 회사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신규 화석 연료 매장량을 기존보다 100퍼센트 이상 확보해야, 즉 지속적 화석 연료 증산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의 석유 생산량은 점차 감소할 것이고, 이는 더 이상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9년 셸이 화석 연료 대신에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새로운 투자로 신규 확보 매장량 비율이 10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자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수많은 주주들이 주식을 투매했고, 결과적으로 셸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클라인은 이처럼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자본주의 논리 앞에 무력하다고 지적한다. 탄소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려는 환경 정책은 나무나 초원과 같이 탄소를 저감시키는 자연을 하나의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며, 이러한 “유동성 자연(liquid nature)”(317쪽)은 결국 화력 발전의 확대를 가능하게 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클라인은 기술 혁신에 기반하 여 대기 중의 탄소를 포획하거나 태양 복사 관리 기술을 통해 태양열을 차단하려는 각종 지구 공학적 시도에 비판적이다. 탄소를 포획하려는 기술 혁신들은 결국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논의 없이 기술 혁신을 통해 “우리가 창조한 괴물”인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를 돌보자는 과학기술학자 브뤼노 라투르와 같은 이의 주장은 공허하다고 비판한다.
대규모 위험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지구 공학으로 지구는 진정한 괴물이 될 수 있으며, 파괴적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하에서 이윤과 성장을 추구하는 “우리 자신을 개조”하지 않고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393쪽)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습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2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습니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