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오세훈, 이상민 - ‘잘못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왜 하지 않는가
2022/10/31
2014년 4월 16일의 기억과 트라우마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또 모든 것이 되살아나고 있다. 내가 세월호에 타고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은 이제 내가 저 이태원 골목에 같이 끼어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아무도 구해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다시 우리 모두가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슬픔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그것을 함께 느끼면서 위로하고 나누려고 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슬픔과 분노를 일으키려고 작정한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저기에 마약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헛소문이나, SNS에서 드물게 보이는 악플들이 아니다. 주목할 가치나 퍼나를 의미도 없는 그런 반응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었다. 하지만 함께 슬퍼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도우려는 훨씬 더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존재를 보면서 얼마든지 무시해 버릴 수 있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자꾸 볼 수밖에 없는 언론과 방송, 거기에 나오는 ‘전문가’들, 정부와 책임자들의 태도와 주장들이다. 토요일 저녁에 너무비현실적이어서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던 속보부터 시작해, 일요일 하루 종일 뉴스를 틀어놓고 언론을 뒤지면서 이 사태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결국 모아지는 이야기는 ‘주최측이 없는 자율적 행사이기에 누구의 책임을 묻기가 애매하고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묻고 있었다. ‘외국의 종교적 전통이 상업적으로 뒤틀려 젊은이들이 술먹고 클럽가는 날’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주변 상인들이 돈벌이 기회로 삼았고, 사고가 났는데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전불감증이 있었고, 인기 BJ가 왔다는 이야기에 몰려가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는데도 옆에서 춤추고 떼창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라는 작은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첫 책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1685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