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생활 01 "해야 할 일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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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6

백수 생활 01  "해야 할 일이 있어야겠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삶이 너무 지루하고 지쳐버려서,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필요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도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하루 24시간이 통으로 스케줄이 없어졌다. 자고 싶으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야말로 1차원적인 생존적 욕구에만 채워주면 그뿐인 삶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너무 지쳐서, 그다음에 아파서 그렇게 1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아니 정확히는 정해진 스케줄 없이 하루하루 그냥 되는대로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냈다. 일어나도 할 일이 없었기에 그냥 계속 누워있었다. 그리곤 계속 잤다.
잠이란 자면 잘수록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0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잤던 것 같다. 가끔 허리가 아파서 일어났을 정도였다. 당연히 밤낮은 바뀌게 되었다. 밤낮만 바뀐 게 아니라 모든 하루가 틀어져 버렸다. 어떤 날은 아침까지 깨어있고, 어떤 날은 밤을 새우고 또 어떤 날은 하루 24시간 중 8시간만 깨어있고 그렇게 하루 24시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나의 시간은 틀어져 버렸다.

영국의 신학자 윌리엄 바클레이는 말했다. 행복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요건 세 가지가 있다고. 첫째는 희망을 갖는 것, 둘째는 할 일이 있는 것, 셋째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 이 3가지 모두가 인생에서 없어져 버린 것이다. 희망은 지치고 지친 일상에서 그 색이 바랜 지가 오래였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 또한 나에겐 점점 사라져버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에 대한 기대와 욕심 같은 걸 버리려고 노력했었는데 그게 점점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뭐 어쨌든 그것까지는 모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희망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감사할 줄 알았고, 사랑은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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