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이후 첫 근황 인사.

반갑습니다, 얼룩커 여러분. 정작 돈 받을 땐 개인적인 이야기 전혀 안 쓰다가, 부담이 없어지니 이젠 눈 돌아가게 바쁘네요. 아니. 바쁘다기 보단 빡세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습니다. 약속한 마감기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거든요. 제가 전업으로 글 쓸 때는 생활패턴이 바뀝니다. 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글 쓰다가, 안 써지면 다시 짧게 자고 일어나서 쓰다가, 무한 반복입니다. 충분한 휴식이 안 되니 좋아하는 고중량 운동도 위험해서 못 하고, 가벼운 달리기 정도만 하고 지냅니다. 글에 집중하기 위해 페이스북도 잠정 중단 중이랍니다. 이 기이한 셀프 착취법은 웹소설 쓸 때 분량을 맞추기 위해 쓰던 방식인데요. (그 업계는 하루에 오천 자 써도 일주일에 한 번을 못 쉽니다.) 덕분에 편집자님께 엄청 손 빠르단 칭찬도 받았습니다. 뒤에서 몰래 고백합니다만. 이거 사실상 통조림하고 다를 거 없어용……  😔 
 
당초 출판사가 원한 분량은 15만자. 약 소설 한 권 분량입니다. 현재 진행상황은 12만자까지 왔네요. 소설가의 최대 고비가 중턱인데요. 이때 ‘내 글 구려병’이 발동합니다. 철저하게 상업적 접근을 하던 웹소설 작가 분들도 예외 없이 걸립니다. 어쩔 수 없이 글에 애증이 붙거든요. 그때부터 온갖 엉터리 설정과 전개가 눈에 밟히고 수정 욕구가 솟구치죠. 전 이번엔 운 좋게도 그 중턱이 칼럼에 썼던 부분과 많이 겹쳐 비교적 수월하게 넘겼습니다. 큰 문제없는 이상 곧 초고가 넘어갈 터이고 3월에서 4월쯤엔 정식으로 책을 낸 작가가 됩니다. 계약서에 사인한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기분이 묘합니다. 원래 제 꿈이 소설가였거든요. 20대 중반에 어떻게든 등단해보겠답시고 퇴근해서 지친 몸으로 글을 썼습니다만. 다 실패했어요. 5년 정도 그리 부딪히다가 결국 부족한 재능과 게으른 본인만 책망한 채 꿈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다 포기하고 나니 그제야 용접기 내려놓고 책을 쓰고 있네요. 세상사 참 묘합니다.
 
불성실하게 활동해서 말씀드리긴 조심스러우나, 제가 얼룩소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일단 뭐라도 쓰기’였습니다. 전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저 ‘일단 뭐라도 쓰기’를 되게 부정적으로 바라봤어요. 정말 열심히 써도 아무도 안 알아주는 비참한 기분을 너무 잘 알았거든요. 저 굴레에 오래 빠졌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맛 가서 대중을 조소하다가, 종국엔 아예 펜대 꺾는 경우도 종종 봤지요. 그래서 ‘일단 뭐라도 쓸’ 바엔 차라리 안 쓰는 걸 모토로 삼아왔습니다. 제가 글을 많이 안 쓰는 이유도 이때의 트라우마에서 아직 못 벗어났기 때문이구요. 하지만 이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암만 나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과 타인의 무관심이 두렵더라도 일단 써야 뭐라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약간 소액 장투랑 비슷해서 묻어두면 언젠가는 꺼내 쓸 일이 반드시 있더라구요.
 
책이 잘 팔릴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되면 너무 좋겠지만, 안 되면 다시 용접을 하러 갈 듯합니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습니다. 올해 받은 관심과 공감만으로도 너무 과분합니다. 모든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2021년을 평생 안줏감으로 써먹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부족한 글에 좋은 반응으로 보답해주신 얼룩커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월부터 글이며 방송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26일이네요. 올 한 해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되길 바라오며, 아울러 내년 목표가 잘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