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고아원에 갔다.
엄마가 고아원에 갔다.
“갑자기 그게 뭔 말이야? 고아원을 왜 가?”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둔 엄마는 돌연 고아원으로 간다고 했다. 원래도 직장 내 부조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엄마였지만 지역에서의 모든 삶을 청산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은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엄마 가면 나는? 아빠는? 동생은?”
“이제 알아서 먹고 살 때도 됐잖아. 아무튼 엄마도 이제 독립적으로 살거야.”
그렇게 엄마는 큰 캐리어 하나에 자신의 옷 몇 가지를 챙긴 뒤 떠나버렸다. 혼자 남겨진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기는,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빠와 식당을 하던 엄마는 더 이상 이런 삶은 못해먹겠다며 집을 나갔다. 약 2주일 동안 집을 나간 뒤 엄마는 갑자기 대학을 다닐 것이라고 했다.
“나 대학 안 보내주면 니들 아빠랑 이혼하기로 했어.”
이혼이 무서웠던 아빠는 엄마를 대학에 보내주었다. 결국 엄마는 대학에서 최우수 졸업생으로 졸업을 한 뒤,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다. 참으로 보통은 아닌 여자였다.
하기는 그렇지. 집에서 집안 일을 하고 자식들 삶에 얽매여 커리어를 쌓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 보다는 자식들 곁을 떠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엄마의 삶이 더 엄마 같았다. 외부의 압력에도 끄떡없는 그녀의 단단한 주관. 자신이 원하는 삶은 꼭 쟁취하고야 말 것이라는 그녀의 의지. 엄마가 고아원으로 간 이유는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때 묻은 어른들을 그만 상대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알코올 중독자들, 이혼 위기 부부, 우울증 걸린 청소년이나 어른들. 가진 이야기라고는 우울과 절망 뿐인 어른들을 상대했던 엄마는 그것이 더이상은 할 수 없고 지치는 일이라고 했다. 한 번은 엄마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주말에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 자기 죽겠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도 있었다. 그때는 옆에서 바라보는 나까지도 되리어 정신병이 걸리는 기분이었고 처음으로 엄마가 이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자기이지 않나. 말도 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