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1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요즘 정치를 했으면 아마 '수박'으로 분류되어 비난받지 않을까? 그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한 정치인이니 말이다. 지금 그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연정은커녕 협치만 이야기해도 비난받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에 국면전환을 하려고 대연정을 꺼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렇게 아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그건 반만 맞는 이야기다. 대연정은 대통령 노무현의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었다. 정치인 노무현의 정치철학이었다. 그는 임기 말에 겨우 그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당선 직후부터 '총리추천권과 각료제청권을 국회 다수파에게 주겠다'는 말을 했다.
물론 조건을 걸긴 했다. 국회 다수파였던 한나라당이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다는 전제였다. 어쨌든 정부가 야당에게 총리추천권과 장관 제청권을 주겠다는 자체로 파격적 대연정 제안이다. 지금 한국 정치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민주당 사람이 '노무현 정신'을 말한다. 너도나도 봉하마을 가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잇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신'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민주진영의 모두가 주워섬기는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만들겠다는 카피라이트 한 줄에 압축되는 그런 것인가?
인권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한테 영입되어 정치에 입문했다. 초선의원이던 때부터 스타가 됐다.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과 재벌 회장을 상대로 했던 질의하던 모습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지 자본이나 군부독재 정부와만 싸웠던 게 아니다. '제왕적 총재'와도 싸웠다. 김영삼이 노태우, 김종필과 3당 합당을 통해 공룡 여당을 만들었을 때, 그는 자신을 영입한 김영삼에게 누구보다 강하게 반발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느냐'라며 제왕한테 끈질기게 당내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했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또 다른 정당...
변화의 큰 흐름을 주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면에 응어리져 있는 민심이라는 화약에 불을 붙이는 심지의 역할은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함께 힘을 모아서 도전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