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악마라고 부르는 자가 악마다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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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SOS 24>가 한창 방송될 때 일이다. 어느 날 정신없이 지방을 싸돌아니고 있을 무렵, 기이한 소식이 들려왔다. 한 PD가 내린 결단(?)에 대해서였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폭력’의 피해자들 돕는다는 것을 프로그램의 모토로 삼았던 <긴급출동 SOS 24>는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 CCTV를 설치하거나 밀착 취재를 통해 그 현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작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즉 최소한 피해자의 동의와 요청에 의한다는 기본 설정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PD는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고 어딘가에 카메라를 몰래 달아 보겠다는 결심을 피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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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내 첫마디였다.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팀장에게도 통화해서 안된다고, 그 PD 말려야 한다고 애타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PD의 결심은 요지부동이었다. “걸리면 내가 책임지고 처벌받겠습니다.” 그가 몰래 CCTV를 달고자 한 곳은 작은 교회였다. 작은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소규모 공동체였다. 애초에 이 교회가 주목을 받은 것 역시 기이한 제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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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교회예요. 전도 같은 건 하지도 않고 새 신자 같은 거 받지도 않아요. 평일밤에 모여서 예배를 보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요. 악마에 씌었다느니 뭐니 하면서 사람 두들겨 패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악마가 씌었네 어쩌나 욕설도 하고 가끔은 신음이나 비명 소리도 나고 나오는 사람들 보면 맞은 흔적도 역력한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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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 신도였던 두 딸과 엄마를 미행해 봤다. 빌라 5층에 사는 그녀들 집에서도 가끔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이웃의 증언이었다. 악마가 씌었다고 욕하고 퍽퍽 윽윽 하는 험악한 의성어들이 난무하고 어머니 얼굴이 시퍼렇게 되는 경우도 봤다고. 그런데 문제는 때린 것 같은 사람들이나 맞은 사람들이나 그 표정이 무척 밝고 무슨 일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정색을 하고 아무 일이 없다며 부인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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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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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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