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암투사-태종 ②] 이방원, '드디어' 왕이 되다

만만필 · 뭐든 글 써서 밥벌이 하는 사람
2023/06/14
[2차 왕자의 난 ②]

자, 여기서 우리는 방간을 부추긴 새 인물이 누구인지 주목해야 한다. 그는 바로 박포(朴苞)이다. 이와 관련해 방간이 했다는 진술이 《정종실록》 1400년 정종 2년 1월 28일 치에 나온다. 
   
“지난해 동지에 박포가 내 집에 와서 말하기를, ‘오늘의 큰비[大雨]에 대해 공은 이미 나타난 조짐들이 들어맞는 일을 아는가? 예전 사람이 이르기를, 「겨울비가 도(道)를 손상하면 군대가 저잣거리에서 교전한다」 하였다’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이 같은 때에 어찌 군사가 교전하는 일이 있겠는가?’ 하니, ‘정안공(방원)이 공을 보는 눈초리가 이상하니, 반드시 장차 변이 날 것이다. 공은 마땅히 먼저 손을 써야 할 것이다.’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공연히 타인의 손에 죽을 수는 없다.’ 하여, 이에 먼저 군사를 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겨울비의 불길함을 내세워 방원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한 박포란 인물이 도대체 누구인지를 간략하게나마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박포는 조선 창업 때 이성계를 도와 개국공신으로 책봉됐다. 방원이 주도한 1차 왕자의 난 때에도 나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여도에 비해 낮은 대우(2등 공신)를 받자 박포는 불만을 토로하였고, 결국 그 불만으로 인해 귀양까지 가게 된다. 이쯤 되면 박포의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방원과 척 지게 되었다.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건 자연스러운 전개 과정이다. 해서 그는 방원을 고꾸라뜨릴 수 있는 인물로, 역시 방원으로 인해 여러 불이익을 받는 방간을 지목하고 그의 책사 역할을 자임했다.

여기까지는 ‘A급’ 기록에 기반하여 살펴본 내용이다. 그런데 이 기록을 우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욱이 역사는 2차 왕자의 난을 ‘방간의 난’이라고도 하고, ‘박포의 난’이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왜일까? 나의 ‘B급’ 썰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나는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긴 자인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이긴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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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일했고,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영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자서전 쓰기를 강의하며 산다. 요즘엔 밥벌이를 위해 자서전이나 에세이집 대필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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