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얽힌 진실과 거짓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0/05
역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과 일부 왜곡을 하더라도 극적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것 사이에서 역사를 소재로 삼는 작가들은 끊임없이 갈등한다. '씨네만세' 지난 편에서 다루었듯 최근 흥행하는 <한산: 용의 출현>에서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여럿 등장하는데 오히려 그와 같은 설정이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비판도 제기된다. 역사소재란 실제 역사를 전제로 한 것인데 마음대로 고치고 비튼다면 역사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6년작 <덕혜옹주>나 2019년작 <나랏말싸미>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한제국 황실의 독립의지를 내보인 <덕혜옹주>는 개봉 직후 왜곡 논란에 시달렸다. 영화 속 덕혜옹주는 민중들 앞에 나가 연설을 하며 독립심을 고취시킨다. 또 영친왕이 독립에 힘을 싣고자 일제로부터 도망치는 모습도 담겼다. 하지만 이는 실제 역사와 다르다. 덕혜옹주는 민중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마도 백작과 정략결혼을 했고, 영친왕은 일본 육군 장교로 복무하고 일제로부터 국빈 대우를 받았다.

<나랏말싸미>는 더욱 큰 논란에 시달렸다.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신미 스님에게 훈민정음을 만들도록 했다는 설정을 가진다. 창제 목적과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해례본이 실존할뿐더러 신미 스님의 문자창제설에 이렇다 할 근거조차 없는 상황임에도 이 같은 가설을 따라 영화화했다는 것에 학계는 물론 대중들의 비판까지 쏟아졌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 포스터 ⓒ CJ ENM

부재한 역사 너머 상상을 펼쳤다

역사영화를 역사 그대로만 영화화할 필요는 없다. 쓰인 역사 사이로 무구한 상상력이 깃들 수 있는 데다, 예술이란 그 상상의 영역에서 의미를 피워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역사 안에 상상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 어디까지 가능한 지 내보이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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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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