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불교계의 큰스님 - 성철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5/26
성철스님. 출처-경향신문

수행과 정진으로 얻은 구도의 길, 성철(性徹, 1912~1993)

“불기자심(不欺自心),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
   
부처님 오신날이다. 온세상에 자비와 깨달음을 전해주셨던 석가모니의 생애를 떠올린다. 먼지와 터럭을 묻히고 사는 속세의 인간에게 세존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석탄일을 맞아 어김없이 나의 지난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보통의 존재들에게 ‘다시 시작’이라는 말처럼 긴장과 설렘으로 부푼 감정을 일으키는 게 없다. 물리적으로 보자면 전혀 다를 바 없는 낮과 밤의 연속이며, 새털같이 많은 날 중의 하루일뿐이지만,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언제나 다시 마음 먹은 그 시작을 상서롭게 느껴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결심은 무너지고, 계획은 어그러져, 이전의 나로 돌아가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되는 일도 별로 없고, 자신의 한계를 새삼 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망과 허탈의 무참한 반복. 그게 우리네 삶이고 또 언제고 겪게 되는 번뇌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은 그렇게 사위어 지고, 또 다시 그저 그런 흔한 날로 하루하루가 채워진다. 번잡하고 고단하며 진전된 바 없는 삶. 바로 그곳에서 우리 인생이 쌓여간다. 

헛된 생각과 말들로 자신을 기망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인 경우도 많다. 자기 마음이 지옥인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리도 없다. 남들은 그렇게 올랐다는 부동산과 주식도 하나 없는 ‘벼락거지’인 나의 삶이 애처로울 수 있다. 그렇다고 새로 고쳐먹은 그 태도가 그저 미욱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그래도 최소한, 좀스럽고 피로했던 어제와 달라지려는 마음을 먹은 셈이기 때문이다. 끝내 지켜지지 않더라도 자신을 속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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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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