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다정함, 우생학과 우영우

bookmaniac
bookmaniac · 장르소설 마니아
2022/07/08
그녀

아이 아침 등굣길.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마주쳤다. 그녀가 먼저 일면식도 없는 내 아이에게 "안녕~~~"하고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는 방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항시 아이와 같이 다니는 내 기억상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예쁘게 답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머릿속엔 '누구지?'라는 생각을 할 텐데 말이지. 

그 순간 더는 지나치지 못하고(그녀들은 못 보고 나는 그녀들을 긴가 민가 하면서 뒷동산 저 멀리에서 본 적이 있다), 나의 존재를 그녀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린다. "안녕하세요. 저 oo예요." 이름도 워낙 특이한 탓에, 바로 알아보신다. 그녀에게도 다시 내 이름을 말해준다. 그녀도 나를 기억한다. 아마도? 

그녀는 나와 동갑이다.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중증 복합 장애인이다. 한쪽 다리를 끌고 다니며, 몸무게는 늘 많이 나갔다. 그리고 늘상 온 동네를 걸어 다녔다. 어머니와 함께. 인사와 엄마 이외의 다른 말을 하는 걸 별로 들은 적이 없다. 

나는 결혼 후 15년 넘게 동네를 떠나 있다가 연어처럼 물살을 거슬러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왔다. 물론 아이를 이곳에 돌아와서 낳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학년기를 보낼 곳으로 되돌아와 정착했으니 그런 것으로 하자. 

그녀도 나만큼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와 같은 그녀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그녀는 내 기억상 가장 처음 안면식이 있는 장애인이다. 그리고 오래 알고 지낸 유일한 장애인이기도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 3회 내용 중

수요일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장면이었다. 나는 마침 그 즈음에 <다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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