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1/18
언제 눈보라가 쳤냐는듯 하늘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맑디맑은 햇살을 내려보낸다. 땅위에도 눈이 몰아쳤다는 아무런 증거도 남아있지 않다.  이렇게 후다닥 스치고 지나간 눈이 벌써 두 번째다. 두 번 다 첫눈이라 이름 붙이기도 껄끄러울 만치 쌓이지도 않고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  눈 때문인지 기온이 더 내려갔다.
휘날리는 눈발 속에서 부랴부랴 뽑은 배추들을 이제 정신 차려 차분히 다듬는다. 우리가 먹을 건 억센 푸른 겉잎을 말끔하게 손질하고 형님댁에 갖다 드릴건 바깥 한 겹만 떼내고 대부분의 시퍼런 잎들은 그냥 놔둔다. 늦게 심어서 알맹이가 너무 없는 부실한 배추라  말끔히 벗겨내면 정말 볼품이 없어 드리기도 민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집에 가서 다시 허물을 벗든 말든 쓰레기가 태산같이 나오든 말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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