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과학 이야기 6 유사 과학의 탄생1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4/02/21
유사과학이 왜,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두 번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확인할 수 없는 신념

어느 산골에 신묘한 힘을 가진 생명의 물이 있다 합니다. 아픈 어미를 둔 딸이 굽이굽이 긴 길을 올라 샘에 도착합니다. 샘을 지키는 이에게 몇 달을 모은 돈을 주곤 한 방울 씩 솟아나는 물을 병에 조심스레 담습니다. 집에 와서 와병중인 어머니에게 물을 드립니다. 혹시나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 조심스레 마십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차도가 없습니다. 딸은 다시 산을 올라가 샘 지기에게 항의를 합니다. 하지만 샘지기는 딸의 말에 고개를 젓습니다. 그의 말인즉 ‘이 물은 믿음으로 마셔야 합니다. 어머님께서 믿음이 부족해서 낫지 않은 것입니다. 믿는 마음 한 구석에 혹시라도 낫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 그 물을 마시고 나았다고 간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낫지 못한 사람도 있지요. 이 샘물은 정말 기적의 물일까요? 전제 조건은 ‘온전한 믿음을 가질 것’입니다. 샘지기는 자신의 말을 ‘정말로’ 믿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사기를’ 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물이 정말 ‘그런 전제 조건 아래’ 사람을 낫게 하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 물의 효능은 ‘그런 전제 조건’ 아래에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질 않습니다. 낫지 않은 이에겐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하면 최소한 현재의 과학 수준에선 우리가 그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나은 사람도 ‘온전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물을 마시고 내가 나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게 됩니다. 
   
과학은 확인 가능한 사실만을 다룹니다. 실험이나 측정 결과 틀리다고 혹은 맞았다고...
박재용
박재용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93
팔로워 662
팔로잉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