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크리스마스

얼룩커
2023/12/23
밤이 화려한 연말이다.

영하로 떨어지는 온도를 따듯하게 안으려는 것인지, 짙은 저녁에 대항하려는 것인지 반짝이는 밤은 쉬지 않는다.

캐나다는 핼러윈이 끝나는 즉시 캐럴이 흘러나온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메리 ’캐리'스마스 라고 해야 할 정도로 머라이어 캐리가 거리에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반복적으로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당신뿐이라고 열창한다. 아닌 게 아니라 캐럴을 ‘극혐'하는 사람들도 봤다. 이건 고문이라며 11월 밖에 안 됐는데 유난인 것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안 들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든 싫든 캐럴이 시작되면 사람들의 감정이 요동치고 본격 연말 시즌을 맞이할 자세를 취한다.

비단 귀만 흥겨운 시즌은 아니다. 주택이 많은 캐나다는 집과 마당에서 핼러윈 데코레이션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미기 시작한다. 동네마다 꾸미는 느낌도 상이하는데 으리으리한 멘션이 줄지어 있는 부자 동네는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해서 밤에 드라이브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무료로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이구동성으로 전기세를 걱정하는 우리들과는 가깝고도 멀고 먼 세상인 것이다.

두 달 가까운 빌드업이 무안할 정도로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 도시에는 정적이 흐른다. 개미 한 마리도 없을 것 같은 거리를 걷다 보면 어제 그 시끌벅적했던 곳이 맞는지 신기할 뿐이다. 심지어 크리스마스에 외식을 하려면 영업 중인 피자집에서 시키거나 아니면 휴무가 없는 식당을 몇 주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한다. 빌드-업은 기업들이 하고 클라이맥스는 각자 집안에서 꽃을 피우는 듯하다.

이런 크리스마스에 분위기가 익숙한지, 정상영업하는 한국의 크리스마스 거리는 영 적응이 안 된다. 작년 설에 서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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